[산업 인사이트 블로그] 갈수록 심화되는 국내 철강 산업 위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최근 철강 업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 속에서 한국 철강 산업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철강업체인 포스코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철강 부문 매출이 크게减하며 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보여준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이와 같은 흐름은 단발성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릴 만큼 기초 소재 산업으로, 건설,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산업군에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산업의 위기는 한국 제조업 전반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한국 철강 산업, 구조적 침체에 빠지나
2024년 1분기부터 이어져온 조짐은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포스코홀딩스가 발표한 2024년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조9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935억 원에 그치며 무려 전년 대비 61% 가까이 급감했다. 이 중 철강 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하락세를 기록하며, 회사 수익 구조에 큰 부담을 안긴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원가 부담이다. 특히 중국이 자국 경기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철강 제품 수출량을 늘리며 글로벌 시장 가격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철강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이에 맞춰 국내 철강 업체들도 판매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
철강 산업의 구조적 공급 과잉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전 세계 제조업계에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의 수요 급증이 일부 이를 해소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상황이 정체되면서 다시금 공급 과잉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철강 가격 하락,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철강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겉보기에 건설, 조선,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종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낮은 재료비로 인해 제품 수익성이 늘어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착시에 가까울 수 있다. 철강 산업 종사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철강 업체의 경영 악화가 결국에는 철강 관련 중소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 철강 산업은 복합적인 밸류 체인으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과 같은 대기업이 중심을 이루지만, 이들에 원자재를 납품하거나 가공 제품을 공급하는 수천 개의 중소업체들이 연계되어 있다. 철강 대기업의 실적 악화는 이들 중소업체의 도산이나 구조조정을 낳을 수 있으며, 이는 곧 지역경제와 고용 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세계 철강 시장, 어디로 향하나
글로벌 철강 시장은 현재 복잡한 경로를 걷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 경기 부양에 집중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 세계 철강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공세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 철강 업체들은 국내 수요 회복이 지연되자 약세 위안을 무기로 수출 확대에 뛰어들었고, 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수출국마저 비슷한 전략으로 맞서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철강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글로벌 공급 과잉 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특히 동남아와 중동 등의 신흥 시장에서 중국산 철강 제품의 저가 공세는 한국 제품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탄소중립, 새롭게 떠오르는 위협 요인
한편,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 역시 철강 산업에는 매우 까다로운 과제다. 철강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수입 철강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 철강 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 환원제철공정 등 '친환경 제조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으나, 이 역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요구되고 그 효과가 단기간에는 미미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더욱이 기술을 상용화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 전략 없이 무작정 투자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 방향은?
이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와 업계는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특히 기술 개발과 친환경 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마케팅 지원과 환리스크 대응 정책도 병행되고 있다.
업계도 자체적인 생존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고부가가치 제품군 강화, 수소 기반 공정 확대, 국내외 생산 기지 재구축 등으로 시장의 급변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이나 구조적 경쟁력 확보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소규모 철강 가공업체들도 연합체를 구성하거나 기술협력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경쟁력 확보에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여전히 자금, 인력, 기술력 부족 등의 한계를 안고 있다.
국내 철강 산업 위기는 단지 기업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제조 경쟁력의 기본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이슈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 지원과 산업 구조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소회
한때 포스코는 아시아 철강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브랜드였다. 하지만 이제 한국 철강 산업은 ‘글로벌 저가 경쟁’, ‘친환경 전환 압박’, ‘내수 침체’라는 삼중고에 빠져 있다. 개인적으로 이 기사를 정리하면서, 철강이라는 산업이 단지 쇳덩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삶 속 다양한 산업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문제의 본질은 국산 철강 제품이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 앞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 탄소중립과 신재생 에너지라는 새로운 흐름이 급속히 전개되며 산업 전반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철강 산업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선 단기 처방보다는 장기적 체질 개선이 핵심이다. 친환경 기술 개발, 공급망 내재화, 전략적 R&D 투자 등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철강 산업의 위기에 대해 단순한 수익성 악화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중대한 시험대라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표: 2024년 상반기 주요 국내 철강업체 실적 요약 (단위: 억 원)
업체명 | 매출(상반기 합계) |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 영업이익 |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
---|---|---|---|---|
포스코홀딩스 | 41,920 | +1.4% | 4935 | -61% |
현대제철 | 23,400 | -2.1% | 2100 | -48% |
동국제강 | 10,200 | -4.5% | 580 | -53% |
이제는 단순한 업계 뉴스가 아닌, 이러한 산업 트렌드들이 우리 삶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한국 철강산업이 과연 어떤 키워드로 다음 장을 쓰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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